cinema 2016. 12. 20. 23:53

 감독 : 김태용 / 영재 : 최우식, 영재부 : 김수현




“그래, 누구나 가슴에 상처 하나씩은 품고 살아...” 구역질 나는 집을 나와 보호시설인 그룹홈에서 자란 열일곱 ‘영재’. 시설을 나가야 할 나이가 되었지만, 무책임한 아버지 집으로는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아 초조하다. 선량을 베푸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든지 무릎을 꿇어주며 신부가 될 모범생처럼 살갑게 굴지만, 남몰래 후원물품을 훔쳐 팔기도 하고, 거짓말로 친구를 배신하며 하루하루 버틴다. 눈칫밥 먹으며 살기 바쁜 어느 날, ‘영재’에게 아버지가 찾아온다. 자신에게 동생마저 떠맡기려는 아버지로 인해 ‘영재’는 참을 수 없는 절망과 분노로 폭발하게 되는데…  “…무능한 아버지를 죽여주시고, 못난 어머니를 벌해주시고, 이런 나를 품어주세요”  절망을 먹고 거인처럼 자란 ‘영재’가 전하는  차마 버릴 수 없는 가족, 몹시 아팠던 청춘의 이야기 <거인>




이대로 커버리는 걸까. 아니면 어느새 다자란 거인이 된 것일까.

 

보는 내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영재를 다그쳐야 할지. 칭찬해 줘야 할지. 영화 거인은 다 먹고 버린 빈 밥그릇처럼 내팽개쳐진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 영재는 제 발로 집을 나와 보호시설에서 생활 중이다. 그 곳에서의 생활 역시 편치 않은데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는 집보다는 보호시설의 생활이 낫다고 스스로 판단했다. 영재는 성실한 신앙생활 덕에 대학도 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어렸을 적부터 그를 한 없이 작게 만들었던 가난하고 불안한 가정환경 탓에 영재는 자신도 모르게 자꾸 어긋난 방향으로 간다.

 

영재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목표도 의지도 없이 무기력한 아빠였을까. 아님 아빠 같은 어른이 될 자신이 무서웠을까. 아빠를 바라보는 영재의 시선이 끊임없이 공격적이고 날카롭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이 자라는데 청소년 시기는 정말 중요하다. 그 시기에 많은 것이 형성되기도 하지만 많은 것이 선명한 기억으로 남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빠에 대한 원망과 흔들리는 주변 환경, 책임감, 미래에 대한 불안함은 그를 스스로 크게 하는 강한 자극이 되었겠지만 친구를 멸시하고 물건을 훔쳐 팔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변하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일이다. 거인으로 자랄 수밖에 없었는지 스스로 거인이 되어버린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영재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밖에는. 그리고 본인이 얼른 깨닫기를.





씨네 21 리뷰 10대가 외치는 영혼의 절규 '거인' 글 中 / 송효정, 2014.11.12


여기(餘技)로 보는 영화가 있다면 심호흡하고 보아야 할 영화도 있다. <거인>은 그런 영화다. 씁쓸하고 아련하다. 미디어와 상업영화를 통해서는 드러나지 않는 우리 사회의 기층을 훑는 저인망 같은 작품이다. 영화는 외롭고 쓸쓸히 살아가는 10대가 외치는 영혼의 절규에 귀를 기울인다. 




'거인'은 2015년 청룡영화제 


신인남우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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