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오기가미 나오코 / 사요코 : 이치카와 미카코



어려서부터 뒤만 돌아보면 졸졸 따라오는 남자…는 없어도 고양이는 있었다! 남자들은 모르는 마성의 모태묘녀(猫女) 사요코. “올해야 말로 결혼! 얼굴은 보지 말자!”라는 목표를 세워두고 씩씩하게 생활하지만 햇볕 드는 툇마루 너머로 보이는 건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같이 살아준 고양이들의 다재다능한 특기 덕분에 생계를 유지하며 고양이 렌트와 돌아가신 할머니 불상 앞에서 대화하는 것이 그녀에겐 일상의 전부이다. 감히 모태묘녀에게 전생이 매미였다느니, 여자가 키가 커서 남자에게 인기가 없다느니 느닷없이 나타나 상처만 주고 사라지는 이상한 이웃집 아줌마 때문에 사요코는 인간 남자에 대한 욕구가 불쑥! 하지만 혼자여도 외로움에 사무치지 않을 수 있는 건, 바로 마음의 ‘구멍’을 쏙 메워주는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이 늘 옆에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사요코는 외로운 사람들을 찾아 리어카에 고양이들을 싣고 돌아다니며 외친다.  “외.로.운 사람에게~ 고양이, 빌려드립니다~”




누군가에게는 비어있는 과일푸딩, 구멍 난 양말, 링 도너츠 처럼 눈에 띄지 않는 구멍일지 모르지만 고양이를 안는 순간 그 구멍은 마법처럼 채워진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이 영화를 틀기 직전까지 이유모를 화 때문에 마음에 작고 뾰족한 구멍하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따뜻한 색감과 일본 영화 특유의 분위기에 에이, 금방 질려버릴 거야. 하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렇다. 나도 똑같은 사람이다. 화면 가득 고양이가 잔뜩 앉아있고 품 속 깊이 고양이를 안고 기분 좋게 뒤돌아서는 사람들을 보는데 별 수 있겠는가. 금세 화가 풀리고 기분이 좋아졌다.

 

고양이들은 역시나 참 귀여운 존재였다. 그 존재만으로도 사랑스러운데 외로운 사람들에게는 친구가 되어주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과 함께 하는 주인공 사요코도 참 매력적인 존재였다. 남자 대신 고양이만 졸졸 따라다녀 조금은 서글프지만 올해는 결혼하기를 고대하는 평범한 노처녀이지만 사람들에게 고양이를 빌려줌으로써 그들의 구멍을 조용히 채워준다. 단순하고 잔잔한 일본식 위로 영화다. 그렇지만 금새 나도 마음이 풀린걸 보면 고양이 한 마리 빌리고 싶어지는 영화다





고양이를 대여한 사람들이 고양이를 통해 자신의 구멍을 채워나가듯 사요코도 그들을 통해 자신의 구멍을 하나씩 메워나간다. 영화는 발랄하고 유쾌하며 감독이 전작들에서 보여준 것처럼 따뜻하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같은 형식을 띠고 반복된다. 결혼하는 것이 꿈인 사요코에게 옆집 할머니는 에피소드마다 등장해 너는 전생에 매미였다는 등의 말을 반복하고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상황도 반복된다. 돈으로 가치를 매기고, 등급을 매기는 쓸쓸하고 단절된 이 세상에서 영화는 소통과 사랑으로 반복되는 그 외로움을 극복해보려는 따뜻함을 우리에게 전달한다.


씨네 21 리뷰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中 / 김태훈 201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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