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조성희 / 홍길동 : 이제훈, 강성일 : 김성균, 김병덕 : 박근형



사건해결률 99%, 악당보다 더 악명 높은 탐정 홍길동에게는 20년간 찾지 못했던 단 한 사람이 있다. 그것은 바로 어머니를 죽인 원수 김병덕. 홍길동은 오랜 노력 끝에 드디어 그를 찾아내지만, 김병덕은 간발의 차로 누군가에게 납치되어 간 이후이고, 그의 집엔 두 손녀, 동이와 말순이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느닷없이 껌딱지처럼 들러 붙어 할아버지를 찾아달라는 두 자매를 데리고, 사라진 김병덕의 실마리를 쫓던 중, 홍길동은 대한민국을 집어 삼키려는 거대 조직 광은회의 실체를 마주하게 되는데.... 기다렸던 복수의 순간, 성가시게 판이 커져버렸다!




우리 집 연내 가족행사라면 영화를 좋아하는 아빠를 따라 영화관으로 나들이를 가는 것이다. 나는 영화관 가는 걸 썩 좋아하지 않아 가족과 가는 것이 대부분인데 대게 한국 상업 영화를 보거나 대중적인 영화를 본다. 그래서 요즘 하는 인기 좋은 영화들은 가족이 아니면 볼 수 없게 됐다. 이 날도 대구에 갑자기 찾아온 엄빠와 언니와 함께 영화관 나들이를 떠났다. 탐정 홍길동 말고도 여러 영화가 상영 중이었지만 아빠, 엄마가 이미 본 영화들이었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볼 수밖에 없었다. 큰 기대는 없이 봤는데 결과적으로 말하면 나쁘지 않았다. 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결국에는 여차저차 끼워 맞추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 추리해 나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흥미진진하고 영화 속 캐릭터들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특히 예기치 못한 상황마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꼬맹이가 어찌나 귀엽고 웃긴지 영화관에 있는 사람들을 쥐락펴락 하더라.

 

연출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사람과 배경의 표현을 극명하게 해 차이를 둔다던지 의도적으로 그림을 사용한다던지 만화적인 기법을 사용해 신선하고 한편의 소설을 본 느낌이었다. 아빠는 유치하다 했지만 꼬맹이가 등장할 때 마다 큰 소리로 웃는 걸 보니 꼬맹이에 매료된 것은 분명했다. 영화는 끝으로 갈수록 희한하게 흘러갔다. 그 희한함이 좋았고 후속편이 나올 것을 기대하며 나왔던 기억이 난다. 좋은 나들이였다.  





<씨네 21일 보다가 재밌는 글 모아봄.>


귀찮아, 귀찮아 죽겠네, 이렇게 귀찮은데 죽을 수는 있을까, 라는 홍길동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온정은 없지만 정의로움이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는 홍길동이라는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배우 이제훈의 매력과 결합해 홍길동은 어렵지 않게 호감과 공감을 획득한다. 시공간을 명확히 하지 않음으로써 현실과 판타지를 마음껏 오갈 수 있는 자유도 얻는다. 그것이 영화에 독특한 분위기와 비주얼을 선사한다. 독특한 세계, 매력적인 캐릭터들에 비해 서사의 밀도는 아쉽다.


씨네 21 리뷰 / '독특한 세계와 캐릭터의 구축' 中 2016.5.4 이주현 


담뱃갑 대신 캐러멜을 주머니에 넣고, 미녀 대신 아이들과 동행하는 길동은 가장 마초적인 장르 중 하나인 탐정물에 소년성을 덧입힌 인물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중년의 향취를 풍기는 인물이 아니었으면 했다. 담배도 안 피우고, 욕도 안 하고, 부하직원을 윽박지르지도 않는 인물을 만든 건 개인적으로 그런 취향에 더 끌리기 때문인 것 같다”고 조성희 감독은 말했지만, 그런 인물을 보게 되기가 여전히 어려운 장르가 탐정물이라는 점에서 홍길동은 주목할 만한 인물이다. 탐정의 조력자가 아이들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특히 ‘거짓말이 특기’인 길동이 수사를 위해 위장 신분을 들이밀 때마다 특유의 솔직함으로 길동을 위기에 빠뜨리는 말순의 활약은 대단하다. 말순이 갇혀 있는 길동을 위해 작은 창으로 탈출해 총을 가져다주는 장면에서는 이 소녀가 언제, 어떻게 위험에 처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 졸이는 이들이 많을 거라 짐작한다. 

씨네 21/ 탐정홍길동이 보여주는 그만의 개성, 조성희 감독과 주연배우 이제훈이 말하는 홍길동이라는 히어로 中 / 2016.5.9 장영엽



씨네 인터뷰 '만들고 칠하고 덧입혀 구현한 홍길동 월드' 장근영 미술감독 / 2016.5.18 이예지 글 中


“늘 해보지 않은 것에 도전하고 싶고, 새로움을 표현하는 데 두려움이 없다”는 그는 과감한 표현으로 조성희 감독의 세계관을 구현해냈다. 여기엔 스크린에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따랐다. 5천권의 책을 커피물에 적시고, 건물벽을 잘 부서지게 하기 위해 목재조각들은 일일이 모자이크했다. 화려한 CG들의 이면엔 그가 설계한 골격과 손때 묻은 수작업들이 자리했던 셈이다.


-CG가 적극적으로 활용된 영화인데, 어디까지가 미술의 영역이고 어디까지가 CG의 몫이었나.

=사실 <탐정 홍길동>이 CG에만 의존한 건 아니다. (웃음) 촬영, 조명, 미술, 세트가 만들어놓은 골격과 디테일, 질감이라는 베이스에, 후반작업 과정에서 CG를 입혀 완성도를 높였다. 영화에 약 35개의 공간이 나오는데, 이중 29개가 직접 지은 세트다. 이천에 있는 무대마당 스튜디오에 A세트, B세트를 지었고 오픈세트까지 지어 85% 정도가 세트 분량이다. 태광정비소는 무려 500평짜리 세트고, 말순이 폐가로 뛰어가는 장면의 오픈부지는 1천평에 달하는데 일일이 풀을 심었다. 예산의 한계로 모든 건물을 다 짓지는 못했고, 4층 목조건물인 보성장은 1층만, 3단짜리 건물인 폐가는 하단부 5m만 짓고 나머지는 CG로 보강하는 방식이었다. 


- 모든 세트와 소품에 일일이 색을 칠했다는 얘길 들었다. 이렇게 수작업을 고집한 이유가 있나.

=단순히 색을 칠한 게 아니라 질감과 디테일을 사실적으로 만들어내는 ‘작화’에 주력했다. 하수구 기계실은 목재에 녹슨 철제의 질감이 나게 작화를 한 것이다. 책방에는 책만 5천권 이상 쌓았는데, 조명을 강하게 쳤더니 책의 흰 옆면이 하얗게 날아가 보이더라. 우리가 원하는 건 톤다운된 색이었기 때문에, 진한 커피물을 전부 발라버렸다. 온통 커피향으로 진동했지. (웃음) <탐정 홍길동> 다녀온 소품은 딴 데서 못 쓴다고 소품팀이 난감해했지만, 잘 협조해줬다. 마지막 총격전이 벌어지는 유선장은 건물의 벽면이 한번에 부서지게 하기 위해, 발사목이라는 쉽게 부서지는 나무를 쪼개 모자이크하듯 짜깁기해서 만들었다. 3박4일 동안 철야 작업한 결과다. (웃음) 모든 영화들이 일부 소품을 칠하지만, 대부분은 적절한 소품들을 가져다 세팅한다. 그런데 우리는 모든 걸 직접 칠하거나 만들어버렸다. 전에 없던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더라. CG가 적극적으로 사용된 영화지만, 그 밑바탕엔 이런 수작업의 노력들이 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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