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2017. 3. 7. 02:28


ost _ Spellbindingly Beautiful 





감독 : 박찬욱 / 히데코 : 김민희, 숙희 : 김태리, 백작 : 하정우, 코우즈키 : 조진웅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 이모부(조진웅)의 엄격한 보호 아래 살아가는 귀족 아가씨(김민희). 그녀에게 백작이 추천한 새로운 하녀가 찾아온다. 매일 이모부의 서재에서 책을 읽는 것이 일상의 전부인 외로운 아가씨는 순박해 보이는 하녀에게 조금씩 의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하녀의 정체는 유명한 여도둑의 딸로, 장물아비 손에서 자란 소매치기 고아 소녀 숙희(김태리).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될 아가씨를 유혹하여 돈을 가로채겠다는 사기꾼 백작(하정우)의 제안을 받고 아가씨가 백작을 사랑하게 만들기 위해 하녀가 된 것. 드디어 백작이 등장하고, 백작과 숙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가씨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하는데..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매혹적인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이다. 소재는 레즈비언이고 처음 본 배우가 김민희의 상대역이란다. 한껏 모아진 기대에 한참 후 공개된 예고편은 너무나 완벽하고 무서울 만큼 매력적이어서 기대에 왈칵, 기름을 부어줬다. 19금 영화라 왠지 쑥스럽기도 하고 내가 좋다. 생각되는 장면이 나오면 몇 번이고 돌려볼 심산에 영화관에 가지 않았다. 아쉬운 화질 탓에 노트북을 나무라며 영화관에서 볼 걸하는 후회는 남았지만 영화는 엄청난 기대완 달리 슬프게도 별로였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시대적 상황이나 그 시절 소위 지식인들이 은밀히 공유하던 변태적인 취미, 영화의 입체감을 더하는 주인공들의 관계는 흥미로웠지만 김태리의 연기가 아쉬웠고 조진웅의 분장은 거슬렸고 박찬욱 감독이 늘 애용하는 소재인 복수가 이번만큼은 적어도 내 눈엔재미없었다.

 

연기력이나 분장은 그러려니 할 수 있어도 복수의 맥락은 도통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원래라면 백작과 히데코가 입을 맞춰 숙희를 끌어들이고 그들이 원하는 것, 백작은 히데코의 돈을 히데코는 이모부로부터의 자유를 얻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다. 허나, 그 과정에서 히데코는 숙희가 마음에 들어버렸다. 그리고 히데코와 숙희가 사랑해버림으로써 복수의 방향이 틀어졌다. 누구는 옷깃 때문에 사랑에 빠졌다 할 만큼 사랑의 입구는 맥락이 1도 없지만 둘이 사랑해 버림으로써 복수도 영화의 흐름도 흐리멍텅해졌다. 방향을 바로 잡아주고자 백작과 히데코의 본모습을 보여주고 히데코의 어릴 적 얘기가 나오는 영화의 2부도 있는데 이미 어긋난 방향에 몰입보다는 그만 김이 빠졌다. 그러하기에 히데코의 간드러지는 목소리와 치명적인 연기로 읽는 일본 고전 야설도 왠지 지루했다. 개연성과는 다른 느낌이다. 분명 연결점은 존재한다. 숙희와 히데코는 사랑의 힘으로 백작의 뒤통수를 치고 백작은 이모부의 다리를 물고 늘어지고 그녀들의 복수는 완벽에 가깝다. 그래도 나에게 한 번 부러진 나무는 붙이기 어려웠다. 내가 그만 흥이 달아나버렸나 보다.

 

아무렇지 않게 사랑하는 숙희와 히데코는 좋았다. 정체성의 고민, 시대의 두려움은 전부 배제한 채 서로를 향한 진실 된 사랑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변태를 넘어서 징그럽고 역겨운 정사를 묘사한 서적이 들통 나 찢기고 아가씨와 하녀라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상하관계. 그래서 그 관계가 깨질 때 오는 쾌감은 짜릿했다. 감탄이 끊이지 않는 미장센과 김민희의 연기, 곳곳에 숨어있는 야릇한 장면도 많았지만 지루하고 뚝뚝 끊기는 아쉬운 장면도 많았다. 그래도 아가씨와 숙희의 사랑은 누구보다 찬성~










영화 아가씨는 2016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김민희에게


신인여우상을 김태리에게 2016년 칸 영화상 벌컨상을 미술감독 류성희에게 안겨줬다.


(벌칸상은 미술, 음향, 촬영 등의 부문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적 성과를 보여준 작품의 아티스트에게 수상하는 상이다.)




미술 감독 류성희가 만든 아가씨의 세계. 정말 너무 멋진 영화 속 공간들이다 ~~


물론 글과 사진 모두 씨네 21일에서 가져온 것이닷 



- 양관 응접실


모든 등장인물(하인들까지)이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공적 공간. 응접실에 있는 소파, 테이블, 서랍장, 거울은 유럽식 가구다. 도자기, 그림 등 한국 작품들을 섞어 관객에게 부담감을 덜어주려고 했다. 사진의 벽에 걸린 그림을 포함해 영화 속 공간에 보이는 그림들은 대부분 겸재 정선과 이인성 화가(1930년대 활동한 서양화가이고, 천재 화가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편집자)의 작품들로 전시했다. 이 그림들을 통해 근대화에 접어든 식민지 조선의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다. 







- 전당포 보영당


유명한 여성 장물아비 복순이 운영하는 전당포. 복순의 손에 자란 숙희가 일찍이 이곳에서 “진짜 돈과 가짜 돈을 구분할 줄 알고, 자물쇠 따는 법과 소매치기 기술을 두루 익히고, 낳자마자 버려지는 핏덩이를 일본에 팔아넘기는 일”을 한다. 장물아비가 운영하는 전당포답게 많은 것을 테이블 위에 쌓아두고, 필요한 것을 꺼내 쓸 수 있는 실용적인 공간이다. 2층에는 다락방이 있을 수 있겠다.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건축양식이 혼재된 공간. 실제로 당시 경성에는 이런 양식의 건물이 많았다.






- 양관 1층 계단


양관 현관문을 열면 2층 히데코의 방과 연결되는 큰 계단이 보인다. 계단 입구 앞이 넓은 영국 시대극 배경과 달리 우리는 예산 등 여러 이유 때문에 넓게 만들 수 없었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각도를 5번 꺾는 것으로 설계했다. 계단 벽에는 어린 히데코와 성인 히데코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다. 일본 로케이션 헌팅을 하다가 스페인 궁정 화가였던 벨라스케스의 전시회 그림을 헌팅 버스 밖에서 우연히 보고 ‘우리 영화에도 저런 그림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숙희가 히데코를 처음 만나기 전에 히데코의 초상화를 먼저 보게 하면 어떨까 하고 박찬욱 감독님에게 말씀드렸더니 ‘괜찮겠다’고 하셨다. 한국 미술계에서 드물게 초상화를 그리는 김성윤 작가가 그렸다.






그 외에도 아가씨와 관련된 기사와 사진 (출처 - 씨네 21)














- 촬영을 모두 마친 마지막날, 코우즈키 (조진웅)의 무지막지한 손을 머리에 얹고 어린 히데코가 해맑게 웃고 있다. 사진은 박찬욱 감독이 두 사람을 두고 사진집 <아가씨 가까이>에 실릴 스냅을 찍고 있는 모습.


- 더위에 넋이 나간 아가씨들? 아니다. 물론 습한 여름, 일본 촬영 중이라 덥기도 몹시 더웠지만 “5회차 촬영 중 김민희와 김태리가 키스 신을 처음 찍고 난 뒤라 잠시 지쳐서 쉬고 있는 모습”이란다. “내 사진 폴더에 있는 이 장면의 앞 사진들은 휴대폰으로 둘이 셀카 찍으며 다정히 얘기를 나누는 컷이고 촬영 직후 찍은 이 사진 뒤엔 김민희씨가 밖을 보고 멍 때리고 있는 컷이 이어진다. 첫 스킨십 촬영이라 이날 둘 다 무척 힘들었던 모양이다.”


- “캔버스 속 못난이 숙희를 보고 현장에서 다들 어찌나 말이 많았는지 모른다. 이래봬도 미술팀 전문가들의 작품이다. (웃음)” 하정우의 어깨를 걸고, 히데코(김민희)가 그린 숙희(김태리)의 초상을 백작(하정우)과 히데코가 말없이 응시하는 인서트를 찍던 중이다. “실제로 화백인 정우씨도 황당해했다. 화백과 제자와 그 제자의 결과물이 참….” 깨알 같은 하정우 뒤편의 선풍기에도 주목. 하정우는 “전 스탭을 통틀어 가장 더위를 많이 탄 사람”이라고. “한여름 세트 안, 조명 아래서 슈트를 갖춰입고 촬영하려니 죽을 맛이었을 거다. 분장 보수를 위해 분장팀이 항시 선풍기를 들고 대기 중이었다.”


씨네 21 / <스페셜> B컷으로 보는 2016 한국영화 <아가씨> 中 / 글 윤혜지 2016.12.1 / 이재혁 스틸 작가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라 포토콜에서 사진 찍은 배우들.






영화 아가씨는 영국 작가 '세라 워터스'의 소설이 원작이고, 2005년 BBC 미니시리즈 3부작으로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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