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2017. 6. 5. 00:24

감독 : 이도윤 / 현태 : 지성, 인철 : 주지훈, 민수 : 이광수




친구를 의심한 순간 지옥이 시작되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우정을 나눈 세 남자 현태, 인철, 민수. 거액의 현금이 사라진 강도화재사건으로 현태의 가족이 죽고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수사 과정도 경찰도 의심스러운 현태는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치기 시작하고 인철과 민수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사건을 파헤칠수록 믿었던 친구들 마저 의심스러워 지는데……







멋진 영화인들임을 느낄 수 있었던 씨네 21 인터뷰 中 / 한잔 더? 한번 더! / 글 주성철 윤혜지, 2014.7.7

씨네21_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다른 친구들의 장면을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주지훈_광수는 뭔가 삶을 정리하는 느낌으로 혼자 설거지하는 장면이 좋았어요. 지성 형의 경우는 공항에서 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다음, 분명히 저를 주시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것처럼 공항 밖을 내다보거든요. 그 관망하는 것 같은 감정이 좋았어요.

지성_광수는 사건이 벌어진 다음 막 다투다가 소주병 걷어찰 때 분출하는 그 느낌이 좋았어요. 시나리오와 좀 다르게 표현했는데, 광수가 부들부들 떨면서 말도 더듬고 원래 그렇지 않은 친구가 힘들게 욕도 할 때 진심이 느껴졌죠. 소주병 걷어차는 게 애드리브였는데 발에 유리가 박힌 채로, 마지막에 문을 쾅 닫을 때까지 쭉 감정잡고 연기하더라고요. 다른 배우나 스탭들도 다 놀란 장면이죠. 지훈이는 그 발광하던 애가 바닷가에 가만히 있을 때 좋았어요.

이광수_저도 지훈 형이 얘기한 지성 형의 그 표정이 인상 깊었어요. 뭔가 가슴에 오래 남는 느낌? 그리고 스포일러라서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지훈 형은 우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지훈 형이 영화에서 정말 바보처럼 울거든요.

씨네21_<좋은 친구들>을 이제 와서 찬찬히 되짚어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주지훈_살면서 아무리 애를 써도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지잖아요. <좋은 친구들>을 하면서 그런 것들이 새삼 더 와닿았던 것 같아요. 선의로 행하는 일들이 이상하게 꼬일 수도 있고, 최소한 이 영화에서 의도적인 나쁜 짓은 없거든요. 따지고 보면 모두가 행복해지려고 했던 일인데,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 아이러니랄까. 관객도 그런 점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지성_플래시백으로 등장하는 과거와 현재 사이에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 그렇게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화가 됐으면 해요. 현태가 왜 언어장애인 아내와 살게 됐을까, 민수는 무슨 한이 그리 많아서 술만 마시면 울고불고 과격해질까, 인철은 어떻게 저런 양아치 같은 보험회사 직원이 됐을까, 궁금하잖아요? 그리고 그 지워진 시간에 대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 가능하게끔 우리의 연기가 생생하게 다가갔으면 좋겠고요.




또하나의 굉장한 글 '우정의 파경, 불신지옥' 中 / 글 김혜리 2014.7.15


반면 영화의 단점도 뚜렷하다. 플롯의 세부를 전달하는 작은 단위의 편집은 군데군데 혼란스럽다. 예컨대 형사들이 인철의 아파트에 들어가는 과정이 그렇고,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현태 아버지가 인철의 모습에 격하게 반응하는 장면은 복선 없는 결과로 보여 아리송하다. 무엇보다 긴장이 고조된 종장에서 인물들의 동기와 동선을 모호하게 처리한 채 지나치게 큰 몫을 관객의 유추에 의존한 점은 영화의 일관성을 해치고 여운을 반감시킨다. 갑자기 수위가 높아진 감상성도 이 구멍들을 메우진 못한다.


첫 장편영화의 시행착오를 고스란히 담고 있지만 <좋은 친구들>은 참신한 남성 드라마다. 영화 속 폭력은 감정적으로 납득되고, 의리나 우정을 고정불변한 신념으로 예찬하지 않으며, 막판에 가족이기주의를 해결책으로 끌어들이지도 않는다. 극중 인물들은 본인의 행동이 야기할 현실적인 결과에 신경을 쓴다. 또한 이 영화는 ‘남자다움’의 부산물인 사소한 비겁함이 얼마나 쉽게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을 망가뜨리는지도 알아차리고 있다. <좋은 친구들>은 사나이의 의리를 넘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관계가 얼마나 연약하고 부서지기 쉬운지 발견한 자의 경악과 비애를 본다. 이 영화가 쓸쓸하다면 클라이맥스의 과장된 비장미 때문이 아니라 세 친구가 그 비애를 동시에 맛보지조차 못한다는 사실 탓이다. 셋에게는 서로를 까놓고 원망하고 치고받고 가짜 화해라도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시간차를 두고 각자, 고독하게, 관계의 마침표를 찍는다. 민수가 먼저 포기하고 이어 인철이 내던지고 마지막으로 현태가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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