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2017. 1. 2. 21:06

감독 : 자크 오디아드, 에포닌 모멘큐 / 디판 : 제수타산 안토니타산, 얄리니 : 칼리스와리 스리니바산




내전을 피해 망명하기로 한 주인공은 브로커에게 ‘디판’이란 남자의 신분증을 산다. 처음 만난 여자와 소녀를 자신의 가족인 양 꾸민 뒤 위험을 무릅쓰고 프랑스에 도착한 그는 일자리를 찾아 파리 외곽의 동네로 향한다. 시민권을 얻을 때까지 가족 행세를 해야 하는 세 사람,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서로의 존재 덕분에 그들은 조금씩 웃음을 되찾아간다. 하지만 자신들이 새로 택한 터전이 갱들이 지배하는 무법지대임을 알게 되면서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오는데…





이 감독이 보여주는 하나의 삶과 하나의 사랑이 좋다. 어쩌면 한 번도 마주치지 못할 삶이지만 감독이 놓아준 시선이 우리를 사로잡는다.

 

지낼 곳도 먹을 음식도 없지만 단순히 살고 싶어서, 살아보고 싶어 생판 모르는 사람과 가족이 되는 이들이 있다. 내전에 가족을 잃고 새로운 터전으로 가 살기를 바라는 사람들. 디판 가족이다. 이들은 낯선 프랑스 땅으로가 집을 구하고 직장을 얻는다. 그리고 이내 곧, 새로운 언어와 문화에 어려움을 겪고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새롭게 일하게 될 일터의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살고 있는 동네의 사람들이 두려울수록 그들은 서로에게 의지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를 원하고 함께 저녁을 먹으며 서로를 위로한다. 진짜 가족의 모습마냥. 그렇게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게 됐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대한 배경설명이 그다지 없었다. 가족을 잃고 몸이 성하지 않고 가진 것이 없다는 정도. 하지만 그들이 뱉는 거친 스리랑카 언어와 사람을 대하는 법, 그들이 낯선 땅에서 힘들게 적응하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편안하게 살고 있는지, 그들이 얼마나 삶에 필사적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또 낯선 이들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일은 낯선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만큼 어렵지만 우리가 아는 보편적인 사랑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는 것이사랑하는 것이 이토록 벅찬 일이다






자크 오디아드의 전 작품인 '러스트 앤 본'을 굉장히 감명깊게 봤고 더군다나 칸 황금 종려상 수상작이라 더욱 더 기대 하고 봤는데, 천장을 뚫을 듯한 나의 기대와는 달리 천장 높이의 만족감을 준 영화였다. 아주 조금 아쉬웠다는 얘기다. ㅎ


그래도 이 감독이 다루고 있는 삶과 사랑이 너무 좋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가슴 찌릿한 감동을 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함께 디판을 보며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에게 기도하자. 부디 살아줘서 다행이다.





2015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cinem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애의 목적  (0) 2017.01.05
만추  (0) 2017.01.04
패왕별희  (0) 2017.01.02
점원들  (0) 2016.12.21
스포트라이트  (0) 2016.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