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2017. 1. 5. 03:15


연애의 목적 ost _ 맛있는 사랑





감독 : 한재림 / 유림 : 박해일, 홍 : 강혜정




앙큼하고 버티고 뻔뻔하고 찝덕대고 | 솔직한 박해일과 속모를 강혜정의 진짜 연애 이야기 | 사랑은 가라, 그들에겐 연애가 있다! | 대한민국에서 가장 솔직한 진짜 연애 이야기 | 넌 맨날 그 생각만 하니? 고등학교 영어교사 '유림'은 한 살 연상의 미술교생 '홍'에게 호시탐탐 수작을 건다. 너무도 당당하게 '연애'를 요구하는 유림은 일면 귀엽고, 일면 능청스럽고, 일면 약아빠졌다. 파트너쉽을 핑계로 단둘이 갖게 된 술자리에서 유림은 기회를 틈타 솔직하게 고백한다. "같이 자고 싶어요!" 그런데 이 여자 홍도 만만치 않다. "나랑 자려면 50만원 내요." 서로간의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가 반복 되면서 그들은 어느새 '연애'에 진입하게 된다. 그리고 목적 없던 연애에 '목적'이 생기면서 그들의 연애는 골치아파 진다. 과연, 그들의 연애의 목적은?




젖었어요?” 파격적인 첫 대사. 솔직하다. 그리고 찌질하다.

 

학생들을 지도하고 가르치는 선생들이 낯선 이의 채취를 찾고 섹스에 목말라있다. 처음 본 여자에게 자자고 매달리고 여 선생도 못 이기는 척 쉬는 시간에 모텔에 간다. 학생들이 바글거리는 학교에서 선생들도 남 욕하고 사랑타령으로 잡담하는 모습. 뭣 모르는 학생시절 나였더라면 더럽고 불쾌하다고 생각했을 거다. 허나 연애도 해보고 사람들도 겪어보니, 선생들도 사람이고 외로움에 헤엄치는 남녀라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영화에는 꽤 많은 매력 포인트가 있다. 첫째. 남녀 주인공들의 매력적인 성격과 그걸 온전히 표현하는 두 배우의 명연기. 두 번째, 물 흘러가듯 자연스러운 상황설정과 대사. 마지막, 불순한 사랑에 웃음이 나도 곳곳에 숨어있는 짠한 현실 반영까지. 볼수록 마음에 든다.

 

남자 주인공이 아무리 야함만 밝혀도 솔직해서 참 마음에 들었다. 조금은 거칠어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자에게 다가가고 위로하고 사랑해 줄 주 안다. 본인은 쑥스러워 하고 민망해 할지 몰라도 어느 순간 여자 주인공 홍은 유림의 품에 안겨 잔다. 홍 역시 매력적인 여자다. 곱상한 외모에 아담한 키. 목소리는 작아도 따박- 따박 대꾸는 한다. 또 홍이 가지고 있는 상처, 사랑에 대한 두려움은 그녀를 더욱 방어적으로 만들었지만 왠지 감싸주고 싶은 동정심까지 유발한다. 이들의 첫 만남은 선생과 교생이다. 하지만 유림은 순식간 홍에게 빠졌고 도는 한참이나 지나쳐 들이댄다. ‘미친놈정말 딱 미친놈이다. 그래도 난 이런 양아치가 맘에 들었다. 진심으로 숨기는 거 없이 마구 사랑해주니까. 서서히 홍이 유림에게 마음을 여는 것처럼 우리도 한 장면 한 대사 넘어갈 때마다 서서히 이들의 관계에 몰입할 수 있다. 현실적이고 이들의 솔직한 욕정에 공감돼서 일까?

 

영화는 끝이 보일수록 알 수가 없어진다. 왜냐 이 두 남녀에겐 오래된 애인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또 한 번 상처받기 싫은 홍이 관계를 망치고 모든 상황을 종료시키지만 홍은 안다. 잘 삐지고 금방 풀리고 쉽게 욱하지만 단순한 이 사람. 유림은 사랑에 쉽게 녹는 남자라는 것을. 그리고 그녀가 지금 사랑하는 사람은 유림이라는 것을. 마지막으로 홍이 처한 위기를 보면서 이가 바득바득 갈렸어도 이 영화의 참 매력이라 생각 들었다. 고등학교 선생님, 여선생, 여자 교생. 듣기만 해도 조심해야 하고, 조신해야 하고 참아야 할 법한 단어들이다. 어찌나 여자의 과거와 사생활에 대해 말도 많고 관심도 많은지. 홍은 살아남기 위해 뱉은 말들이었고 결국 능동적인 사랑이 중요함을 깨닫는다. 연애의 목적은 섹스도, 심심풀이 식사 상대도 아니다. 어찌됐던 사랑이다. 사랑만이 연애의 목적이다.




<연애의 목적>은 일에 대해서는 “밀고 당기는 걸 잘해야 살아남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연애에 대해서는 주관적 감성만 믿고 “연애만 하자” 겁없이 달려든 남자와 ‘연애’라는 낭만적 사건이 사회적 역관계 속에서 어떻게 탄력을 받는지 외상을 통해 알게 된 여자가 지위와 성차의 위치에너지가 작용하는 중력장 안에서 만나 ‘연애’한 이야기다. 중력장은 그들의 연애를 추문을 거쳐 당사자의 입으로 ‘위계를 이용한 성폭행’으로 재규정토록 하였고, 그뒤 철없던 남자는 연애 무서운 줄을 알게 되었고, 여자는 외상을 극복하고 잠을 잘 자게 되었다.

그렇다고 ‘연애인 줄 알았더니 성폭행이더라’며 그간의 감정들을 무화시키지 않는다. 1년 뒤 홍이 “나도 너 사랑했다”는 에필로그는 사랑으로 봉합하기 위한 장치나 해피엔딩을 암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연애의 양면성에 대한 확인이다. ‘이 사랑’이 거짓이라서, 성폭행으로 결판난 것이 아니라, ‘이 사랑’도 주관적으로는 진실했지만, 객관적으로는 성폭행으로 해석되어진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연애의 목적>은 주관적 진실과 객관적 정황을 별개의 것으로 전개하며, 주관적 진실의 진리가를 복원시키고자 했던 이전의 영화들에 비해 더 많은 것을 발언한다. 바로 1인칭의 진실과 3인칭의 정황이 따로 있지 않으며, 그때그때 변하고 상호 침투하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 즉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지만, 이 영화는 ‘내가 해도 스캔들’임을 자인하는 것이 바로 성장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내가 해도 스캔들은 스캔들, <연애의 목적> 글 中 / 글 황진미 / 2005.6.22





이 영화는 2005년 청룡영화제 각본상, 2006년 대종상 신인감독상, 백상예술대상 시나리오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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